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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드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녀노소 불문 신부가 드레스 뭐 입었는지, 메이크업이 어떤지 아무 관심 없다. 신부랑 같이 사진 찍는 친구들도 그 신부 드레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눈여겨보지 않으며, 눈여겨봤더라도 돌아서자마자 까먹는다.사실 대다수 하객들은 신부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알고 싶어하지 않고, 식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행위와 현상에 관심이 없다. 식장에서 관심있는 척들은 열심히 하지만 말 그대로 척일 뿐이다. 다만 같은 테이블에 존예녀나 존잘남이 앉으면 그 존예녀 존잘남의 얼굴은 아주 오래 기억에 남는다.물론 당신은 아닐 수도 있다. 그거 당신만 그렇다. 당신 친구들도 그렇다고? 그럼 당신과 당신의 친구들만 그렇다. 결혼식은 그저 당사자 본인들에게만 잊지 못할 추억일 뿐이다(물론 그조차 못 될 수도 있다...

낭설 2024.06.24

피해자의 욕망

가해자에게 최대한의 엄벌을 받게 하고, 동시에 충분한 피해보상도 받고 싶은 심정은 잘 알겠으나그것은 어린아이의 욕심이며 헛된 망상이다.둘 중 하나는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누군들 돈많고 젊고 키크고 몸좋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 않겠나?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아니 실은 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돈 없고, 젊지 않고, 키도 크지 않고, 몸도 좋지 않은 사람과 결혼한다.가해자가 쥐꼬리만한 돈이라도 건네줄 수 있는 자력이 있다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크나큰 행운이다.그런 사건은 5%도 되지 않는다. 스무 건 중에 한 건 있을까말까하다.엄벌을 받게 하고 싶으면 합의금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하고,합의금을 받고 싶으면 처벌불원의사를 표..

낭설/法律 2024.06.18

대학교 조기입학

[중고] (중고) 산골 소년 영화만 보고 영어 박사 되다 [jvl] : 알라딘[알라딘] 알라딘 인터넷서점smartstore.naver.com이 책을 낼 당시 영재교육, 홈스쿨링, 조기입학 등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상당했다. 하지만 그때 이른바 '영재'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던 이들 중 지금까지도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두각은 고사하고 논문표절 등 이슈로 나락간 사람도 있다.영재라는 단어를 정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내 관점은 이렇다.① 고점이 남들보다 높은 사람을 영재라 한다.② 고점이 높지 않고 성장속도만 빠른 것은 영재가 아니라 단순 조숙(早熟)이다.③ 고점이 높으면서 성장속도도 빠르면 조숙한 영재다.소위 영재라고 불리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중 대다수가 하는 착각은 내 아이가 ②일..

낭설 2024.06.16

[서평]산골 소년 영화만 보고 영어 박사 되다

[중고] (중고) 산골 소년 영화만 보고 영어 박사 되다 [jvl] : 알라딘[알라딘] 알라딘 인터넷서점smartstore.naver.com나는 이 책의 저자다.글쓴이 소개에 "2005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했으나, 입시 위주의 공교육에 회의를 느껴 1학년 1학기만 다니고 그만두었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사실 나는 '입시 위주의 공교육'에 회의를 느낀 적은 한 번도 없다. 애초에 중학교 1학년 때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는 아이는 없으며, 만약 느꼈다면 그것은 철없는 잼민이의 반항기질일 뿐 진지한 교육관이나 인생관에서 나오는 통찰은 아닐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공교육이ㅡ비록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고 갈수록 형해화되어가고 있지만ㅡ개인의 삶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

낭설 2024.06.16

혓바닥이 긴 판결

판결문이 반드시 길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충실한 논증을 위해 긴 판결문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혓바닥이 길어서’ 판결문을 길게 쓰는 경우도 많다. 사실심인 하급심의 판결이 분량이 많은 것은 대체로 적확한 사안확정을 위한 논증 때문인 수가 많지만 대법원판결이 분량이 많은 것은 십중팔구는 긴 혓바닥 때문이다.70~90년대 대법원판결들은 대체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결론의 타당성 여하를 떠나 기준이 명확하기만 해도 중간은 가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소한 예측가능성은 확보되기 때문이다. 당시 판결들에서는 뭘 해야 하고 뭘 해서는 안 되는지를 비교적 확실하게 말해주는 경향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대법원판결들을 보면 길이만 길 뿐 논증은 수십 년 전 판결들보다도 현저히 불성실하고 허점이..

낭설/法律 2024.06.11

유죄추정의 심증과 피해자의 이익

어떤 변호사 단톡방에서, 성범죄 사건 판사가 변론종결 후 피고인에게 '오랜 시간 재판 받느라 고생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며 문제를 삼는 사람을 봤다. 그는 피해자 변호사 입장이었는데, 물론 그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나는 그런 시각과 마음가짐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피고인의 비난가능성이 높을수록 오히려 온화하게 대해주어야 한다.피해자 대리를 많이 하는 입장으로서 개인적으로 가장 극혐하는 류의 재판부는 바로 공판정에서 피고인에게 적대적 유죄추정의 심증을 보이며 함부로 대하는 재판부다. 단언컨대 그런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한다.공판에서 피해자에게 가장 이익되는 것은ㅡ유죄인정을 전제로ㅡ종국판결이 신속히 확정되는 것이다. 합의를 했든 안했든 피해자로서는 재판이 빨리 끝나기..

낭설/法律 2024.06.09

형사소송에서 법적 청문 원칙

Ⅰ. 청문원칙의 의의 법적 청문의 요청이란, 절차의 주재자가 경청하는 가운데 절차참여자에게 사실상ㆍ법률상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보장해야 함을 말한다. 이는 i) 주관적 측면에서 인간의 존엄성 및 그에 뿌리박고 있는 실질적 법치국가원칙에서 비롯되는, 근원적인 절차적 기본권인 ‘법적 청문권’으로 나타난다(경우에 따라서는 피고인ㆍ피의자 외에 다른 절차참여자도 이를 향유할 수 있다). 또한, ii) 객관적 측면에서, 절차참여자들의 공정한 논쟁을 제도적으로 규율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절차규범, 즉 ‘법적 청문 원칙(Grundsatz des rechtlichen Gehörs)’으로 표현된다. 청문원칙은 인간의 인격에 대한 ‘존중의 기본원칙’으로서 법치국가적 형사소송의 핵심요소이므로, 청문기회 보장 여부..

낭설/法律 2024.04.02

수사지휘권 폐지와 수사권-기소권 분리

박영사ㅣ 박영스토리 - 박영사 www.pybook.co.kr이번에 출간한 교과서에서 최근 몇년간의 수사권조정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개론서인 만큼 조문해석 정도만 제공하는 선에서 그칠까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수사권조정 부분을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훑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형사사법체계가 망가졌으면 어느 부분이 어떻게 망가진 것인지를 말해줘야지, 망가진 현상 그대로를 해설하는 데서 그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구법에서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에 제한이 없었으나, 2020. 2. 4.자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개시권이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에 한정되었고, 이후 2022. 5. 9.자로 검찰청법이 ..

낭설/法律 2024.02.22

형사소송법(변종필/나기업)

금번에 선생님과 함께 형사소송법 교과서를 출간하게 되었다. 머리말에는 쓰지 않았는데 이 책은 내가 로스쿨 2학년 때 시험공부용으로 만들었던 형사재판실무 필기노트에서 출발했다. 지금 법학전문대학원 형사재판실무 자료집의 내용이 그때와 대동소이하니 형재실 수업을 들은 사람이라면 친숙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군데군데 있을 것이다. 현실지향성을 유지하고자 실무서적들의 내용을 대폭 반영했고 시중 그 어떤 교재보다도 하급심판례를 많이 소개했지만 그만큼 이론적 정합성과 논리일관성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석연찮은 쟁점이 있으면 원고작업을 중단하고 그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후 다시 작업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7년 넘게 걸렸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느냐고 묻는다면 "둘 다 잡았다"고 확실히 대답할 수는 있을 것 ..

낭설/法律 2024.02.22

수사상 압수·수색·검증과 '필요한 처분'

1. '필요한 처분'의 개념 압수ㆍ수색ㆍ검증의 목적을 원활히 달성하기 위해 시행되는 필요최소한도의 부수적 처분을 ‘필요한 처분’이라 한다(부산지방법원 2018. 4. 13. 선고 2017노4648 판결). 예컨대 피의자의 주거지에서 증거물 등을 탐색하는 것은 수색이고, 주거지에 들어가기 위해 절단기로 자물쇠를 따는 것은 ‘수색(영장의 집행)에 필요한 처분’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 사안에서 어떠한 강제처분이 ‘필요한 처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처분이 i) 오로지 주처분인 압수ㆍ수색ㆍ검증의 시행을 원활히 해주기 위한 것이어야 하고(부수처분성), ii)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들 중 기본권을 가장 덜 침해하는 것이어야 한다(최소침해성). 물론 최소침해성까지 갖추어 ‘필요한 처분’으로 인정되더라도..

낭설/法律 2023.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