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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자치단체 변호사 단상 [4] - 무리수를 둘 때

간혹 언론보도된 사안이나 집단민원이 제기되는 사안, 정치적/사회적 자존심이 걸린 사안에서는 상당한 무리를 감수하고 일을 추진할 때가 있다. 외부에 자문을 의뢰한 결과 하나같이 부정적인 답변들만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강행하기도 한다. 대개는 소속직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사인에게 행정벌을 과하는 등의 제재처분을 집행하거나, 보여주기식으로 기획쟁송을 시작하는 형태를 띤다. 제재처분의 경우 불복이 제기되어 소송으로 이어지면 기관이 패소할 확률이 높은데, 지면 가급적 거기에서 멈춰야 한다. 애초 무리를 한 것이었음을 스스로 알면서 끝까지 다퉈보겠다고 불복절차를 밟는다면 벌써 괴롭힘, 몽니의 의도가 눈에 보이게 되어 모양이 좋지 않을뿐더러, 또 다시 언론을 타거나 지방의회의 눈에 걸려 감사라도 받게 되면 애꿎..

변호사 임기제공무원 면접시험

송무에만 있다가 공직 면접을 처음 보러 간 변호사라면, 면접의 형식이 로펌의 그것과는 매우 달라 적응이 잘 안 되었을 것이다. 3명~5명의 면접관이 있고, 한 사람당 최소 1개의 정제된 질문을 하며, 그에 대해 지원자가 발표식으로 답변을 해야 하는 극도로 딱딱한 공직 면접(국회의원실 등 몇몇 별정직 제외)은, 편하게 차 한잔 하면서 노가리 까는 면접이나 밖에서 같이 밥 먹고 술 마시는 면접과는 확실히 종류가 다른 것이다. 비교대상을 굳이 찾자면 로스쿨 입시 면접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발표와 지정토론이 있는 학술대회처럼 ppt를 띄워놓고 프레젠테이션을 한 후 면접위원들이 부가질문을 하는 형식, 간단한 사례문제를 주고 풀어보라고 하는 형식, 1~2페이지짜리 정책안 요약을 주면서 그것을 추진했을 때에 생..

피에르 불레즈 [9] - 인터뷰(오페라 편)

미국의 작가 브루스 더피(Bruce Duffie)와 피에르 불레즈의 인터뷰를 번역해서 올려본다. 이하의 번역은 일체의 철학, 원칙이나 기준 없이 직역 및 의역, 오역을 마구잡이로 섞어 하였음을 밝혀둔다. Pierre Boulez Interviews with Bruce Duffie . . . . . . . . . Pierre Boulez was born in 1925 in Montbrison, France. He first studied mathematics, then music at the Paris Conservatory (CNSM), where his teachers included Olivier Messiaen and René Leibowitz. In 1954, with the support of ..

음악/불레즈 2021.10.05

기초자치단체 변호사 단상 [3] - 행정소송 수행, 송무지원

시장/군수/구청장이 피고가 되는 행정쟁송 중 규모가 큰 것은 어지간하면 바깥으로 나가지만, 간단한 행정단독사건이나 정형적인 사건은 대체로 주무부서의 담당자가 자체 수행한다. 재산세의 경우 그동안 세금 잘 내오다가 어떻게 한번 물건을 비과세대상으로 만들어 보려거나 최소한 중과세율 적용 배제라도 해보려는 사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간혹 성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행정청 승소가 예상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은 대개 해당 부서의 담당자가 소송수행자가 되어 대응을 한다. 기존에는 안 되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기획식으로 이런 소송들을 냈었고 실제로도 안 되는 수가 많았으나, 근래에는 코로나19를 핑계로 하는 갖가지 행정명령들로 영업제약을 많이 당한(그러니까 정부의 방역 놀음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유흥주점, 고..

기초자치단체 변호사 단상 [2] - 법령해석, 법률자문

시/군/구청이 기본적으로 법집행기관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자치사무를 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잡다한 사업들을 벌이곤 한다. 기존에 나와 있는 정책들을 조금 확장하거나 변형시키는 정도를 넘어 아예 새로운 종류의 일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단체장의 의지일 수도 있고 부서장이 의욕이 넘쳐서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그 사업은 -대체로 불필요하고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는 수가 많은 것은 둘째치고- 법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기존에 다른 지자체에서 안했다는 것은 그걸 생각하는 사람이 없어서 안 한 것이 아니라 뭔가 문제가 있어서 안 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법에 안 맞는 경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단순히 법령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위법한 경우이..

기초자치단체 변호사 단상 [1] - 채용과 직급

기초자치단체(시/군/자치구)에서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대개 ① 기존에 해보지 않은 사업을 하려고 방침이나 조례를 준비할 때, ② 제재처분을 하려고 하는데 위법/부당 여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 ③ 누군가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지 아니면 거절/무응답해도 되는지 모르겠을 때, ④ 1심 패소사건에서 항소실익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해야 할 때, ⑤ 소송수행 중 서면이나 석명준비명령을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을 때 등이다. 전통적인 해결방법은 고문변호사나 외부 로펌에 서면으로 의뢰를 하여 회신을 받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질의서를 작성해서 결재를 받고 발송해야 한다는 번잡스러움과, 그 의뢰를 받은 변호사가 일이 바쁜 관계로 빠른 응답을 하지 못할 경우 시간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타임 리스크가..

베토벤 교향곡 9번의 연주시간 비교표

첼리비다케의 말마따나 음악은 '스포츠 기록'이 아니다. 하지만 템포가 특히 해석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베토벤 교향곡의 경우에는 러닝타임 비교가 지휘자들의 해석에 대한 일종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연주시간 비교표를 쓴다. 참고로 2악장은 스케르초 A부분의 도돌이표 처리와 트리오 부분의 템포 조절 등만으로도 러닝타임이 쉽게 달라진다. 극단적인 예로, 스케르초의 템포가 가장 빠른 플레트뇨프의 녹음와 가장 느린 첼리비다케의 녹음이 똑같이 12분대이다. 그리고 시대악기 녹음 중 노링턴, 굿맨, 호그우드의 연주는 전체적으로는 아주 스피디한 템포를 보여주지만 4악장 중반의 알라 마르시아 부분을 아주 느리게 처리해서 러닝타임이 길어졌는데 이 부분의 메트로놈 지시에 오기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기 전의 ..

음악 2021.09.24

인구론 [7] - 초판 제1장

제 1 장 문제점 지난 몇 년 동안 자연철학[natural philosophy, 자연과학의 전신] 분야에서는 경천동지할 만한 발견들이 이루어졌다. 지식의 보급은 인쇄술의 발전에 힘입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고, 학문의 세계는 물론 비학문의 세계조차도 자유롭고 열정적인 탐구정신으로 가득 차 있으며, 각종 정치적 문제들에 대하여도 의표를 찌르는 참신한 실마리들이 제시되고 있다. 정치세계에서는 프랑스 혁명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나타나 우리들의 삶을 집어삼켰는데, 그 밑바닥에는 필경 번영과 쇠락 중 어느 하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그야말로 인류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을 만한 중차대한 변혁이 일어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인류의 앞길에 관한 중요한 논쟁이 한창이다. 한쪽에는 인류가 ..

인구론 [6] - 통치행위

집에 천문학적인 치료비를 요하는 중환자가 있을 때 그 환자를 병원에 데려가서 입원을 시킬 것인지 아니면 집에서 병을 돌볼 것인지는 나머지 가족들이 선택할 문제여야만 한다. 가정의 미래를 생각해서 치료를 포기할 것인지 가산의 몰락을 감수하고 일단 가족을 살릴 것인지는 가족들이 냉정한 비용편익분석을 해서 결정할 일이고 그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삶의 질을 후퇴시키고 입원을 결정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거나 숭고한 선택인 것이 아니고 환자를 포기했다고 해서 부양의무를 위반하거나 천륜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다. 가정마다 그리고 선택지마다 나름대로의 비통함이 있다. 이것은 공법에서 통치행위의 문제이기도 하다. 판례와 학설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 이라고 하는데 그 실상은 결국 극단적 상황 하..

인구론 [5] - 인두세

멜서스는 인구론 6판에 이르러 중국의 인구증가요인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하는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빼먹은 것이 있으니 바로 인두세 폐지다. 인두세는 부자에게는 유리한 반면 가난한 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시스템이다. 인두세를 낼 금전적 여유가 없는 빈민들은 최대한 자식을 낳지 않으려 하고 자식을 낳더라도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다.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름이 오르는 순간 꾸준히 돈 나갈 구멍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두세를 내지 않으면 정식으로 집계되지 못하니 억울한 일을 당해도 국가에 호소하지 못하고 출생한 적이 없으니 사망해도 염습대장에 못 오른다. 요컨대 인두세는 그 자체 인구억제요인인 것이다. 중국은 청나라 초기까지 인두세를 계속해서 유지했는데 공식 인구가 몇 안되는 덕에 효율적인 재정이 가능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