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21

이안니스 크세나키스 [2] - <전이(Metastasis; 메타스타시스)>

20세기의 걸작 관현악곡이자 크세나키스를 대표하는 작품인 를 소개한다. 이전 글에서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이안니스 크세나키스(Iannis Xenakis, 1922-2001) 이안니스 크세나키스는 1922년 루마니아의 브러일라에서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크세나키스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 어머니는 크세나키스가 5살일 때 출산 중 사 pilebunker.tistory.com 20세기 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면서도 대규모 편성을 요하지 않는 데 비해, 음반이 의외로 몇 없는 편이다. 모리스 르루(Maurice Leroux)와 프랑스 국립관현악단의 1965년 녹음이 있고, 비교적 최근의 것으로는 아르투로 타마요와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의 2006년 녹음이 있다. ..

피에르 불레즈 [9] - 인터뷰(오페라 편)

미국의 작가 브루스 더피(Bruce Duffie)와 피에르 불레즈의 인터뷰를 번역해서 올려본다. 이하의 번역은 일체의 철학, 원칙이나 기준 없이 직역 및 의역, 오역을 마구잡이로 섞어 하였음을 밝혀둔다. Pierre Boulez Interviews with Bruce Duffie . . . . . . . . . Pierre Boulez was born in 1925 in Montbrison, France. He first studied mathematics, then music at the Paris Conservatory (CNSM), where his teachers included Olivier Messiaen and René Leibowitz. In 1954, with the support of ..

음악/불레즈 2021.10.05

베토벤 교향곡 9번의 연주시간 비교표

첼리비다케의 말마따나 음악은 '스포츠 기록'이 아니다. 하지만 템포가 특히 해석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베토벤 교향곡의 경우에는 러닝타임 비교가 지휘자들의 해석에 대한 일종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연주시간 비교표를 쓴다. 참고로 2악장은 스케르초 A부분의 도돌이표 처리와 트리오 부분의 템포 조절 등만으로도 러닝타임이 쉽게 달라진다. 극단적인 예로, 스케르초의 템포가 가장 빠른 플레트뇨프의 녹음와 가장 느린 첼리비다케의 녹음이 똑같이 12분대이다. 그리고 시대악기 녹음 중 노링턴, 굿맨, 호그우드의 연주는 전체적으로는 아주 스피디한 템포를 보여주지만 4악장 중반의 알라 마르시아 부분을 아주 느리게 처리해서 러닝타임이 길어졌는데 이 부분의 메트로놈 지시에 오기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기 전의 ..

음악 2021.09.24

에드가르 바레즈 [2] - <인테그랄(Integrales)>

1915년에 미국 생활을 시작한 바레즈(Edgard Varese)는 미국의 1차대전 참전과 광란의 1920년대(Roaring Twenties)를 생생히 체험했다. 당시 미국은 도시화와 산업화로 한창 호황이었다. 풍요감과 빈곤, 활발함과 소외감이 병존하는 한복판에서 바레즈는 1924년 의 작곡에 착수하여 이듬해 완성한다. 바레즈는 이 곡의 작곡의도가 'spatial projection', 즉 소리를 통해 다차원의 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고, 실제로 지속음 체계 하에서 피콜로의 초고음과 트롬본의 초저음, 그 외의 목관과 금관들, 그리고 타악이 각자 소리덩어리를 이루어 면(plane)을 생성해내는 공간적 풍경은 이 작품의 대종을 이루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공간에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 아닌..

음악/바레즈 2017.04.20

에드가르 바레즈 [1] - <밀도 21.5>

는 , , , 와 더불어 바레즈(Edgard Varese)를 대표하는 곡으로 20세기의 플루트 레퍼토리 중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프랑스 플루티스트 조르주 바레르(George Barrere)에게 헌정된 곡으로, 제목은 그가 가진 악기의 백금 밀도가 21.5인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 곡이 기계적이고 금속적으로 들리도록 의도된 작품이라는 설명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으나, 이는 바레즈가 메트로놈 템포를 정확히 지키라고 요구하였을 뿐 그 외 다른 표현적 지시를 일절 하지 않은 점이나, 곡 제목에 특별한 정서적인 의미가 없는 점에서 비롯된 막연한 생각이다. 는 1883년에 태어나 포스트 바그너 전통의 최전성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음악가가, 템포의 자유로운 운용과 감정과잉이 심지어 미덕으로 취급되던 시대에 작..

음악/바레즈 2017.04.02

피에르 불레즈 [8] - <파생 2>

아마추어 지휘자이자 음악평론가인 톰 서비스(Tom Service)가 가디언지에 이라는 제목으로 2008년 12월 런던 공연 후기를 기고한 것이 있어 번역해 본다. 짧은 영어실력에 터잡은 발번역이지만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란다. Why Boulez is like a bait ball Tom Service: About half an hour into Dérive 2, it came to me what the music was making me feel like ... www.theguardian.com 숨가쁜 한 주였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사이먼 래틀과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의 슈만 교향곡 전곡 사이클이 있었다.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연주였으며, 슈만은 19세기 작곡가들 중 가장 저평가된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

음악/불레즈 2017.03.09

이안니스 크세나키스(Iannis Xenakis, 1922-2001)

이안니스 크세나키스는 1922년 루마니아의 브러일라에서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크세나키스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 어머니는 크세나키스가 5살일 때 출산 중 사망했지만 어린 크세나키스에게 음악적 관심을 많이 불어넣었다. 1932년 크세나키스는 스뻬체스 섬에 있는 기숙학교에 입학했다. 합창단에 가입하는 한편 기보법과 청음을 공부하며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크세나키스는 그리스의 전통 음악에 크게 경도되었으나 주로 몰두한 과목은 수학이었다. 1938년 기숙학교를 졸업한 크세나키스는 아테네로 이주해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건축학과 공학기술을 전공할 계획이었지만 화성학과 대위법도 틈틈이 공부했다고 한다. 1940년 크세나키스는 아테네 국립기술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했..

로스트로포비치의 하이든 첼로 협주곡집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이하 '슬라바'라고만 씀)와 아카데미 관현악단의 1975년 녹음. 40년 넘게 수많은 이들의 극찬을 받아왔기에 굳이 나까지 거기에 보태야 하나 싶을 정도인 레퍼런스 중의 레퍼런스다. 일정한 음색, 균일한 비브라토, 고정된 템포에 거침없는 운궁으로 마치 드론으로 공중촬영하듯 음표들의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특정 음표에 대한 줌인을 전혀 하지 않고도 높은 몰입도를 유지한다(비슷한 컨셉의 해석을 안너 빌스마의 1989년 연주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지휘자인 슬라바와 음악학자인 빌스마가 서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접근했음에도 같은 궤의 해석을 도출하는 것을 보면, 연구자로서의 시각과 자세는 연주 스타일에 확실히 영향을 주는 모양이다). 고전을 현대적인 언어로 논리정연하게 풀어내는 방법에 ..

음악 2017.03.08

피에르 불레즈 [7] - <응답(Repons)>

1981년작 은 오랜 시간 동안 지휘에 전념해 있던 불레즈가 다시 펜을 잡아 간만에 내놓은 대형 스케일의 작품으로, IRCAM에서 나온 작품들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으로 알려져 있다. 곡의 제목인 '응답'에는 많은 뜻이 있는데, 1차적으로는 솔로 악기들과 실내악단 사이의 대화, 악단과 관객들 사이의 대화, 잔향과 잔향 사이의 대화(스피커를 이용한 잔향 효과가 이 곡의 핵심이다)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고, 더 나아가면 서로 다른 여러 발상들 사이의 대화, 서로 다른 여러 계층들 사이의 대화 등의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편 불레즈의 전작인 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은 24명으로 구성된 실내악단, 디지털 프로세서, 여섯 개의 대형 스피커, 그리고 6대의 솔로 악기(하프·글로켄슈필·비브라폰·심발롬·두 ..

음악/불레즈 2017.02.28

피에르 불레즈 [6] - <한 겹 두 겹(Pli selon pli)>

세 번째 피아노 소나타를 완성한 후 휴식을 취하고 있던 불레즈는 쉴 참에 소프라노와 타악 앙상블 편성에 말라르메(Stephane Mallarme)의 소네트 를 가사로 차용한 을 작곡했다. 그 직후 북독일 방송 교향악단이 작곡을 부탁해 오자 불레즈는 같은 편성으로 역시 말라르메의 시인 를 입힌 두 번째 즉흥곡을 발표했다. 1959년에는 말라르메의 시 를 붙인 세 번째 즉흥곡이 탄생했다. 같은 해 기존의 단편 작품이었던 를 개작한 이 완성되었고, 이듬해 소프라노와 피아노를 위한 가 작곡되었다가 1962년에 관현악 편곡본으로 수정되었다. 이렇게 해서 5악장 성악곡 의 초판본이 6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초판본 녹음은 불레즈 자신의 지휘와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1969년 이루어졌다. 1980년대에 이..

음악/불레즈 2017.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