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조기입학

GE NA 2024. 6. 16. 01:06
 

[중고] (중고) 산골 소년 영화만 보고 영어 박사 되다 [jvl]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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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낼 당시 영재교육, 홈스쿨링, 조기입학 등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상당했다. 하지만 그때 이른바 '영재'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던 이들 중 지금까지도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두각은 고사하고 논문표절 등 이슈로 나락간 사람도 있다.

영재라는 단어를 정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내 관점은 이렇다.

① 고점이 남들보다 높은 사람을 영재라 한다.
② 고점이 높지 않고 성장속도만 빠른 것은 영재가 아니라 단순 조숙(早熟)이다.
③ 고점이 높으면서 성장속도도 빠르면 조숙한 영재다.

소위 영재라고 불리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중 대다수가 하는 착각은 내 아이가 ②일 수 있음에도 ③이라고 확신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③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절대다수는 ②에 해당한다. ②인지 ③인지 헷갈린다면 ②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설령 ③이라는 확신이 들어도 애써 ②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이를 위해 바람직할 수 있다. 사실 99.9%의 부모는 영재와 조숙을 분별해낼 능력이 없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오래된 생각이다.

지난 십수년간 주변을 관찰하면서, 단지 조숙하기만 한 아이를 영재라고 굳게 믿고 영재부모뽕에 취해 상급학교에 보내거나 월반을 시킬 경우 잘못하다가는 아이의 인생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주제넘는 선민의식과 박살난 메타인지를 들 수 있다. 즉 근거없는 우월감과 부족한 자기객관화로 인해 정상궤도에서 벗어난 사고방식을 갖게 되기 쉽다. 그렇게 해서 2030에 이르렀을 때 능력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면서 멘탈과 인성은 평균을 밑도는 상태가 될 수 있는데, 그 과정을 단순하게 축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우선, 형누나들 사이에 있다 보면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학업성취가 빠른 아이라도 몇살 나이차이에서 비롯되는 사고력과 바이브의 간극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2) 그렇게 경쟁에서 밀릴 경우, 아이는 '이 나이에 이렇게 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지' 하면서 정신승리를 하게 된다. 냉정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좌절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또래들보다는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사실이니 그런 자기위안에 근거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3) 본인도 본인이지만 부모 또한 정신승리를 유도한다. 이 시기의 부모는 대개 아이가 어린 나이에 상급학교에 다닌다는 뽕에 젖어 있다. 중딩을 고등학교/대학교에 보냈으면 학업성취도도 고등학생/대학생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않는다. 주변에서도 그저 잘했다고 칭찬만 해준다.

(4) 이런 시간들이 계속되면서 아이는 또래들과의 경쟁에서 밀렸을 때 자연스럽게 드는 감정인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할까', '쟤들은 어떻게 저렇게 잘할까'를 좀처럼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데, 이처럼 적절한 실패감과 경각심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청소년기의 성장과 자기단련에 치명적인 디메릿이다. 그런 정신승리가 몇년간 축적되고 종합되다 보면 머릿속은 근거 없는 우월감과 자기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로 채워지게 된다. 굉장히 느린 속도로, 천천히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스스로 그런 부정적 변화를 체감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내 아이가 특별히 똑똑해 보인다면 이른 나이에 상급학교로 진학시키기보다는 그냥 또래들 사이에서 지내게 하며 장기간 지켜보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솔직히 그렇게 해도 아이가 조숙한 영재인지 아니면 단순 조숙에 불과한지를 부모로서는 쉽게 알 수 없다. 최소한 서른까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쯤 되면 고점이 어느 정도일지 대략 윤곽이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