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일반 4

수능 정치와법 띄어쓰기

요즘 수능 법률과목에선 어떤 게 나오는지 궁금해서 정치와법 기출문제를 찾아봤는데, 내용은 차치하고 띄어쓰기가 정말 가관이다.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이 붙여쓰는 용어('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근로기준법', '소정근로시간', '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배상명령', '공판절차', '구속적부심사', '행정소송', '국선변호인' 등)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대체 무슨 권위와 자격으로 저렇게 악착같이 띄어쓰는지 모를 일이다. 저런 용어들은 그 자체 독립된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붙여써야 한다. 붙여쓰는 게 더 좋다는 것이 아니라 띄어쓰는 게 틀렸다. 그렇다고 일관성이 있는 것도 아닌 것이, '노동조합'은 또 붙여쓰고 있다. 외국에도 우리나라 국립국어원이나 교육과정평가원처럼 자신들이 제멋대로 정해놓은 한심한 기준..

법/일반 2024.10.04

판사의 재량

어떤 명제의 진실성 여부와 상관없이 그 명제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특별한 의의를 지니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대표적 예가 '모든 사건에는 단 하나의 정답(one-right-answer)만 존재한다'이다. 드워킨이 한 말인데 우리나라 법률가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말을 아는 법조인보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법조인이 훨씬 많을 것이다.객관적/실체적 차원에서 정말로 모든 사건에 단 하나의 정답만 존재할까? 그렇지 않다.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저렇게 볼 수도 있는 사건들도 많다. 그러나 판사는 단 하나의 정답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그 사건을 대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내린 결론이 정답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부단히 논증하고 근거를 제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결론이 '가능한 여러 선..

법/일반 2024.10.04

혓바닥이 긴 판결

판결문이 반드시 길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충실한 논증을 위해 긴 판결문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혓바닥이 길어서’ 판결문을 길게 쓰는 경우도 많다. 사실심인 하급심의 판결이 분량이 많은 것은 대체로 적확한 사안확정을 위한 논증 때문인 수가 많지만 대법원판결이 분량이 많은 것은 십중팔구는 긴 혓바닥 때문이다.70~90년대 대법원판결들은 대체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결론의 타당성 여하를 떠나 기준이 명확하기만 해도 중간은 가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소한 예측가능성은 확보되기 때문이다. 당시 판결들에서는 뭘 해야 하고 뭘 해서는 안 되는지를 비교적 확실하게 말해주는 경향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대법원판결들을 보면 길이만 길 뿐 논증은 수십 년 전 판결들보다도 현저히 불성실하고 허점이..

법/일반 2024.06.11

변호사 임기제공무원 면접시험

송무에만 있다가 공직 면접을 처음 보러 간 변호사라면, 면접의 형식이 로펌의 그것과는 매우 달라 적응이 잘 안 되었을 것이다. 3명~5명의 면접관이 있고, 한 사람당 최소 1개의 정제된 질문을 하며, 그에 대해 지원자가 발표식으로 답변을 해야 하는 극도로 딱딱한 공직 면접(국회의원실 등 몇몇 별정직 제외)은, 편하게 차 한잔 하면서 노가리 까는 면접이나 밖에서 같이 밥 먹고 술 마시는 면접과는 확실히 종류가 다른 것이다. 비교대상을 굳이 찾자면 로스쿨 입시 면접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발표와 지정토론이 있는 학술대회처럼 ppt를 띄워놓고 프레젠테이션을 한 후 면접위원들이 부가질문을 하는 형식, 간단한 사례문제를 주고 풀어보라고 하는 형식, 1~2페이지짜리 정책안 요약을 주면서 그것을 추진했을 때에 생..

법/일반 2021.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