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낭설/法律

수사지휘권 폐지와 수사권-기소권 분리

GENA 2024. 2. 22. 14:29

 

 

박영사ㅣ 박영스토리 - 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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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한 교과서에서 최근 몇년간의 수사권조정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개론서인 만큼 조문해석 정도만 제공하는 선에서 그칠까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수사권조정 부분을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훑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형사사법체계가 망가졌으면 어느 부분이 어떻게 망가진 것인지를 말해줘야지, 망가진 현상 그대로를 해설하는 데서 그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공저자도 나도 검찰과는 별 인연이 없는 까닭에(송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악연은 있다) 오히려 눈치보지 않고 검찰친화적(?) 서술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구법에서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에 제한이 없었으나, 2020. 2. 4.자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개시권이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에 한정되었고, 이후 2022. 5. 9.자로 검찰청법이 재차 개정되면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축소되었다(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 가목). 본래는 검사의 수사개시권 자체를 폐지하려 했으나(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른바 ‘검수완박’), 국민들과 당시 야당의 반발로 지금의 모습에 머무르게 되었다. 최근 수사개시규정이 개정되어 검사 수사권의 공백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으나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궁극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2020. 2. 4.자 개정 이전으로 돌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2020. 2. 4.자로 개정되기 전의 제195조, 제196조는 수사의 주재자를 검사로, 사법경찰관을 그 보조자로 규정했다. 검사는 사법경찰관리에 대해 일반적ㆍ구체적 지휘권을 보유하였고, 범죄수사에서 검사가 직무상 발한 명령에 대해 사법경찰관리의 복종의무가 규정되어 있었다(구 검찰청법 제53조). 수사지휘제도는 막강한 인력과 정보력을 갖춘 경찰에게 법치국가적 통제를 가하여 사건관계인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고, 난해한 재산범죄사건에서 정확한 사건처리로 국민의 권익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2020. 2. 4.자 형사소송법 개정에서 검찰의 직접수사범위가 대폭 축소됨과 동시에 경찰공무원인 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었고, 그 대체제로 신설된 것이 바로 보완수사요구권이다. 사건처리의 전반적 방향을 지도하고 수사의 전체과정에 대한 통제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수사지휘권과 달리, 보완수사요구권은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료하고 내린 결론에 사후적 보강만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서 그 역할과 기능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이는 중국 인민검찰원의 보충수사요구권(중국 형사소송법 제175조)과 유사한 것으로, 선진국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무언가를 할 권한이 있다는 것은 곧 그것을 하지 않을 권한도 있음을 의미한다. 즉,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에는 이를 제기하지 아니할 권한까지 포함되는바, 그리하여 기소권은 그 개념상 불기소결정권과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다. 마찬가지로 공소를 유지할 수 있는 권한에는 공소를 유지하지 않을 권한(공소제기를 철회할 권한)까지 포함되며, 이러한 의미에서 공소유지권은 공소취소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요컨대 공소권에는 공소제기권, 불기소결정권, 공소유지권, 공소취소권이 당연히 포함돼 있다."


"기소ㆍ불기소 여부의 결정은 곧 수사의 결론이다. 공소권의 적확한 행사는 정밀한 수사에 바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며, 쟁점판단에 필요ㆍ적절한 수사는 공소권자만 할 수 있다. 특히 검사가 초동단계에서부터 수사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에는 기록만으로 사건을 파악하는 경우에 비해 사건의 실체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고, 그 결과 공소권의 행사 또한 더욱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수사권은 공소권의 불가결한 논리적 전제가 되며, 이에 근대 이후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검사에게 수사권 및 경찰수사지휘권을 부여해 왔고 최근 전세계적으로 이를 강화해 나가는 추세에 있다. 근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사는 기소만 전담하고 수사는 경찰이 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개념상 불가능하며, OECD국가 중 형사사법체계를 그렇게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대폭 축소하고 경찰수사지휘권을 폐지하였는데, 이는 공소권의 적정하고 합리적인 행사를 크게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이로 인해 수사가 장기간 지연되거나 사건이 적정하게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고, 특히 경제범죄와 마약범죄에 대한 국가의 사정역량은 제헌 이래 유례가 없을 만큼 급전직하했다. 조속히 불송치제도를 폐지하고 합리적 논의를 통해 수사권 및 수사지휘권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공판에서의 사실인정을 위한 기초는 수사절차에서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수사단계의 오류를 공판에서 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에, 법치국가에서 검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수사영역을 광범위하게 인정함은 부적절하다."


참고문헌
신태훈, “이른바 ‘수사와 기소 분리론’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과 비판”, 형사법의 신동향 제57호(2017)
안성수, “인권보호와 검사의 수사지휘권”, 법조 제55권 제6호(2006)
정웅석, "국가 형사사법 체계 및 수사구조 연구", 박영사(2023)
정웅석, “대륙법과 영미법의 형사법체계”, 형사소송 이론과 실무 제13권 제4호(2021)
한석훈/곽량신, “검사의 수사권 제한 입법의 평가”, 성균관법학 제34권 제2호(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