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낭설/法律

'소송절차의 정지'와 '공판절차의 정지'

GENA 2023. 6. 27. 10:23

‘소송절차 정지’와 ‘공판절차 정지’에 관한 개념정의 및 양자간의 차이점에 관해 형사소송법 교과서들의 설명방식이 일치하지 않아 혼란이 있다. ① 별도의 재판(정지결정)을 요하는 것을 ‘공판절차 정지’, 요하지 않는 것을 ‘소송절차 정지’라고 하는 설명이 있는가 하면,  ② 공판절차 정지는 재판을 요하고, ‘소송절차 정지’는 ‘공판절차 정지’의 사유 중 하나라는 설명도 있는데, 이들 두 관점은 양립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모두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①과 같은 설명은 형사소송의 용어체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소송절차'란 공판사건절차와 공판 외 사건의 절차(증거보전절차, 재정심리절차, 즉결심판절차, 치료감호청구사건의 심리절차 등)를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따라서 공판사건의 진행정지와 공판 외 사건의 진행정지를 통틀어 ‘소송절차 정지’라 하고, 그중 전자를 ‘공판절차 정지’라고 칭하는 것이 용법상 타당하고 간명하다. 형사소송법은 공소장변경을 ‘공판절차 정지’의 사유로, 기피신청을 ‘소송절차 정지’의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공소장변경은 공판절차에서만 가능하지만 기피신청은 공판 외의 절차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공판절차 정지'는 '소송절차 정지'에 포함되는 개념인 것이다. 이 둘을 별개의 개념으로 다룰 이유가 전혀 없다. 더욱이 양자를 ‘재판의 필요 여부’에 따라 구별하는 것은 매우 이상한 방법론이다. 민사소송법학계에서도 소송절차의 정지를 ‘재판을 요하는 절차정지’로 정의하는 예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②와 같은 설명도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형사소송법은 기피신청이나 병합심리신청시의 절차정지는 별도의 결정을 요하지 않는 반면(제20조 제1항 등), 공소장변경으로 방어권행사에 불이익이 초래되는 경우나 피고인이 심신상실상태에 있는 경우의 절차정지는 별도의 결정을 요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98조 제4항, 제306조 제1항, 제2항). 전자의 경우 정지사유의 시기와 종기가 소송서류에 의해 분명히 특정되는 반면(기피신청서, 병합심리신청서 등의 접수일로부터 해당 그에 대한 결정일까지), 후자의 경우 정지사유의 존속시점(공소장변경에 따른 불이익의 존속시점, 심신상실상태의 존속시점)을 객관적으로 알 수가 없으므로 별도의 결정으로 그 시기(정지결정)와 종기(취소결정)를 특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자를 구별하지 않고 모든 절차정지가 결정을 요하는 것처럼 기술함은 적절치 않은 것이다. 나아가 '소송절차 정지는 공판절차 정지의 사유가 된다'는 설명 자체도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하면 적당하다고 본다.

i) 절차진행이 정지되는 경우를 널리 ‘소송절차 정지’라 한다. 그 대상은 본안의 심판절차(제1심, 제2심 등)일 수도 있고, 본안 외 각종 신청사건절차이나 부대절차일 수도 있다.

ii) 정지되는 절차가 공판절차인 경우를 특히 '공판절차 정지'라 한다.

iii) 소송절차 정지(특히 공판절차 정지) 가운데 별도의 재판(정지결정)을 요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