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형사

공소청법 제정과 새로운 형사사법 패러다임

斧針 2026. 3. 26. 13:17

최근의 입법들은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의 새로운 원칙을 확립하였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사건암장의 원칙이다.

이는 형사사건은 되도록 공소권자의 적절한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담당경찰관의 자의 또는 법률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무혐의 판단을 받는 것이 적절하다는 원칙을 말한다.

직접수사권 제한 및 경찰수사지휘권 폐지 때까지만 해도 이것이 법원칙인지 아닌지는 긴가민가한 단계였으나 금번 보완수사권 폐지(아직 현시점에서 확정은 되지 않음) 및 특사경지휘권 폐지에 이르러 확실해졌다고 하겠다. 현대 형사사법체계의 법원칙이자 최적화명령으로 자리잡았다고 할 것이다.

학계에서는 실체형법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차피 부실수사나 위법수사 등으로 무혐의/무죄판단이 나올 터이니 간접적으로 형벌보충성원칙의 실현에 기여하는 바도 있겠다.

둘째는 신속재판 금지의 원칙이다.

주지하듯 신속한 재판이 이루어지려면 그 전제로서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데, 입법자는 이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장기간의 핑퐁을 통한 절차지연을 꾀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수사절차가 오래 지속되면 증거가 산실되고 사건관계인의 기억도 희미해진다는 점에서 부당한 무혐의판단이나 무죄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니 이는 넓은 의미에서는 전술한 사건암장원칙의 파생원리가 된다고 볼 여지도 있다.

지난 몇년간 형사소송법 교과서들은 이러한 원칙들에 별로 주목을 하지 않았으나 바야흐로 이제 개론서상 이 원칙들을 다룰 필요가 있다.

형사사건은 사안의 실체가 어떠하든 죄가 없다는 판단을 지향해야 하며, 그 판단의 과정은 가급적 장기화되어야 하고, 피해자보다는 범죄자를 보호하되 그 전체 과정에 대해 사법적 통제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제 형사사법제도의 정신이자 근원적 목적이 되었다.

범죄의 원활화 및 기술화, 진실규명의 형해화, 범죄피해자 수의 최대화, 형사사법제도의 위헌화를 모두 도모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법원리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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