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본질적 권한은 공소권이다.
공소권 없는 기관의 법률상 명칭을 ‘검사’로 하더라도 그것은 헌법이 규정한 진정한 의미의 검사가 아니고 그냥 검사호소인, 검사와 유사한 그 무엇에 불과하다.
여기서 공소권이란 단순히 기소권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뭔가를 할 권한이 있다는 건 그것을 하지 않을 권한이 있다는 이야기도 되므로, 공소제기의 권한은 그 개념상 불기소결정권을 당연히 포함한다.
그리고 소송을 시작할 권한이 있는 사람은 그 소송을 계속 붙들고 있을 권한도 당연히 갖는 것이고, 뭔가를 끝까지 붙들 권한은 중간에 포기할 권한도 당연히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소유지권과 공소취소권(법문상 표현은 '취소'지만 그 성격은 '철회'다) 역시 표리일체 관계에 있다.
이 네 가지 권한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소/불기소 여부, 공소유지/공소취소 여부를 결정하려면 수사를 해야 하는데 그에 필요적절한 수사는 오직 공소권자만 할 수 있다. 국회가 법을 만들고(제정) 고치거나(개정) 없애려면(폐지), 그에 필요한 조사(입법조사)도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런 조사는 국회만이 적절하게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때문에 수사권은 공소권의 불가결한 논리적 전제가 되고, 만약 다른 행정기관이 수사권을 갖는다면 그에 대한 수사지휘권 역시ㅡ정상국가를 전제하는 이상ㅡ공소권 있는 기관으로서 자명하게 지녀야 할 권한이다. 굳이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중 공소권자로서 검사의 본질에 더 근접한 것을 꼽자면 수사지휘권이겠지만 기본적으로 둘 다 있어야 한다(둘 중 하나만 지닐 수 있다면 수사지휘권을 택해야 한다).
결국 '공소권자'란 공소제기권자이자 불기소결정권자이고, 공소유지권자인 동시에 공소취소권자이며, 수사권자이면서 수사지휘권자여야 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란 이 여섯 가지 권한을 다 가지고 있는 관청이며, 또 그 여섯 가지 권한의 총괄개념이 '공소권'이다. 여기에 국가송무의 지휘 등 다양한 부수적 권한들이 합쳐진 것을 가리켜 '검찰권'이라고 부르는 것이 수십년간 우리나라 형사소송법학의 암묵지였다.
이 암묵지를 깨뜨려 소추의 4개 권한(기소, 공소유지, 공소취소, 불기소)을 쪼개야 한다는 생각은 차에 시동거는 사람, 운전하는 사람, 목적지에 도착해서 시동끄는 사람이 다 달라야 한다는 식의 발상이다. 마찬가지로 공소에 관여하는 사람과 수사하는 사람이 달라야 한다는 견해 역시, 서론과 본론을 쓰지 않은 사람이 결론을 써야 하고 본론을 집필하는 사람과 문헌조사/데이터수집을 하는 사람이 달라야 한다는 이야기만큼이나 멍청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런 주장을 진지하게 개진하는 사람은 비록 육체는 건강할지언정 지적으로는 이미 사망한 상태라고 보아야겠지만, 언제부턴가 지적으로 사망을 넘어 백골이 진토된 정치낭인들이 형사사법제도에 손을 대면서 괴이한 것들이 자꾸 생겨나고 있다.
가령 검찰청 검사는 이제 i) 경찰공무원인 일반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를 할 수 없고, ii) 일정 범위의 사건에 대해 수사개시를 할 수 없으며, iii) 송치사건에서의 인지 범위에도 제한이 있다. 그리고 iv) 자기가 수사개시한 사건에 관해 공소유지는 할 수 있지만 기소는 못 한다.
또 공수처 검사는 일부 사건에 관해 불기소결정권만 있고 공소제기권은 없다(이 불기소결정권이 검찰청 검사의 불기소결정권과 마찬가지로 종국처분의 성격을 띠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데 우선은 있다고 가정한 설명이다. 개인적으로는 종국처분이 아니라 과거 사법경찰관의 불기소의견송치와 비슷한 성격을 띤다고 본다).
물론 예전부터도 특검사건에서 특별검사보는 공소유지만 가능하고 공소제기는 못 하기는 하지만(특별검사보가 검사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는데 여기서도 일단 검사라고 가정한다) 이 정도까지는 국소적 예외 정도로 취급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본 예들은 형사사법제도의 근간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그렇게 넘어가기 어렵다.
이처럼 기소는 못하는데 공소유지는 가능하다든가, 공소제기는 못하는데 불기소결정은 가능하다든가, 수사(지휘)는 못하는데 공소제기는 가능하다든가 하는 해괴한 예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남에 따라, 그 사건처리자들을 모두 헌법적 의미의 ‘검사’, '공소권자'라고 부르려면 부득불 공소권 개념 자체를 수정해서 설명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됐다.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공소권의 본질적 개념요소에서 빠뜨리고, 공소 그 자체와 관련된 네 가지 권한(공소제기, 공소유지, 공소취소, 불기소) 중 어느 하나만 있어도 공소권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기소권 없는 사건에서 불기소결정만 하는 공수처검사, 인지사건에서 직관은 가능하지만 자기 명의로 공소장은 못 내는 검찰청 검사를 모두 이론적 무리 없이 설명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그 모두가 말장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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