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이하 '슬라바'라고만 씀)와 아카데미 관현악단의 1975년 녹음. 40년 넘게 수많은 이들의 극찬을 받아왔기에 굳이 나까지 거기에 보태야 하나 싶을 정도인 레퍼런스 중의 레퍼런스다. 일정한 음색, 균일한 비브라토, 고정된 템포에 거침없는 운궁으로 마치 드론으로 공중촬영하듯 음표들의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특정 음표에 대한 줌인을 전혀 하지 않고도 높은 몰입도를 유지한다(비슷한 컨셉의 해석을 안너 빌스마의 1989년 연주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지휘자인 슬라바와 음악학자인 빌스마가 서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접근했음에도 같은 궤의 해석을 도출하는 것을 보면, 연구자로서의 시각과 자세는 연주 스타일에 확실히 영향을 주는 모양이다). 고전을 현대적인 언어로 논리정연하게 풀어내는 방법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