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일반

극우와 극좌

斧針 2025. 8. 22. 11:17

파시즘, 나치즘, 공산주의는 본질이 동일하다. 이들 모두 당과 국가의 일체화, 비밀경찰과 검열의 상시화, 언론·교육·여가의 정치화, 소유형식과 무관한 생산 지휘와 배급, 그리고 전시동원 논리의 일상화로 요약될 수 있다.

파시즘은 배타적 민족주의와 전체주의를 결합한 정치사상이다. 그 핵심은 개인을 민족과 국가라는 이름의 공동체에 예속시키고, 정치·언론·노사관계를 하나의 권력으로 빨아들이는 것이다. 무솔리니 치하 이탈리아를 보자. 1920년대 후반 ‘노동헌장’으로 파업권이 사실상 사라졌고,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는 국가 허가 아래 조합체계로 편입됐다. 소유권이 형식상 인정되기는 했으나 생산과 가격·임금 결정은 관료를 통해 지시·조정되었다. 비밀경찰과 검열이 상시화됐고, 학교·청년단·대중오락까지 국가가 조직하며 충성의식을 주입했다. 파시즘은 이처럼 개인의 삶에 대한 국가의 조합주의적이고 전면적인 지휘·감독·동원을 추구한다.

이 파시즘에 혈통과 인종의 위계질서를 덧붙인 것이 나치즘이다. 히틀러의 독일을 보자. 1933년 5월, 독일의 자유노조는 하루아침에 해산됐고 독일노동전선(DAF)이라는 국가 통제 조직으로 대체됐다. 1934년에는 ‘장검의 밤’ 숙청으로 지도자 중심의 일당 체제를 구축했으며, 1936년에는 소유권은 민간에 남겨두면서도 투자·생산·가격 결정은 국가의 지시로 이루어지는 동원경제를 가동했다. 여기까지는 파시즘과 같다. 한편 1935년 뉘른베르크법을 통해 독일 혈통의 순수성을 법으로 규정하고, 1938년 아리아화 정책의 일환으로 유대인 기업을 몰수해 독일인에게 강제로 매각하도록 한 것은 나치즘에 특유한 인종주의적 요소다.

사회주의는 정부가 개인의 삶과 경제에 구조적으로 개입하는 사상체계다. 사유재산 개념을 인정하지만 대기업 국유화, 투자계획의 국가 승인, 가격·임금의 규범화 같은 방식으로 개인의 선택영역을 축소시킨다. 그리고 이를 발전시켜 사유재산의 철폐와 계획경제를 정면으로 표방하는 것이 공산주의다. 공산주의는 생산수단을 집단 소유·국가 계획에 편입되는 계획경제를 추구하는데, 대표적 예가 집단농장화와 대숙청, 비밀경찰을 통한 정치통제를 가동한 스탈린 치하 소련이다. 농업 집단화와 국가기관의 생산 할당, 당·비밀경찰·검열의 결합이 소련체제의 작동메커니즘이었다. 이러한 통치구조는 다소간의 변형을 거쳐 중국, 북한, 방글라데시, 베네수엘라, 이란, 아프가니스탄, 짐바브웨, 페루, 쿠바 등 국가에서 계승됐다.

사회주의를 공산주의와 분리시키는 견해가 있다. 사회주의는 정치이념이고 공산주의는 경제이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면에서 사회주의를 지지하면서 경제면에서 공산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면 필연적으로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게 되듯 사회주의를 추구하면 당연한 귀결로 공산주의를 채택하게 된다. 그래서 양자가 엄격히 구별된다는 주장은 텍스트 장난에 불과하다.

파시즘, 나치즘, 사회주의(공산주의) 세 체제는 유래와 이름은 다르지만, 개인을 집단에 그리고 시장을 권력에 종속시킨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히틀러는 마르크스주의를 배격하면서 독일 내 사회주의 세력을 축출하는 데 열중했고 스탈린을 적대시해 소련과 전쟁까지 벌였으나 이것은 누가 더 혹독하게 통제하느냐의 경쟁이었지 개인의 자유와 분권을 둘러싼 좌우의 싸움이 아니었다. 히틀러는 인종과 민족을, 스탈린은 계급을 앞세웠을 뿐 둘의 핵심사상은 같았다.

20세기 초 사회주의를 추종하던 이들은 파시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무솔리니와 히틀러가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는 것을 보고는, 그들과 사상적으로 같은 편인 자신들도 악마로 규정될 것이 두려워, 파시즘과 나치즘을 '극우(far-right)'라고 프레이밍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카무플라주는 서구의 학자들에 의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져 주류적 인식이 되었고, 동아시아에도 전승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히틀러와 스탈린이 전쟁을 벌인 사실을 파시즘과 공산주의가 상호 대립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한다. 그러나 옷을 다르게 입는다고 본질이 변하지는 않는다. 파시즘·나치즘·사회주의-공산주의는 모두 개인과 자발적 결사를 정부의 통제하에 두고 생산과 교환의 실질을 권력이 좌지우지하게끔 조장한다는 점에서 좌익의 극점이다.

우파의 핵심은 자유주의, 한계론적 접근 그리고 개인주의다.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보호하고, 권력의 크기를 경계하며, 사회공학의 오만을 경계한다. 우익사상은 인간 이성의 한계와 세계에 대한 무지를 인정하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특정인이나 특정 정치권력이 사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제도를 설계함은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때문에 권력을 쪼개고, 계약과 재산을 개인에게 남기며, 국가의 기능을 가능한 한 축소해 민간의 자발적·자생적 질서로 대체하고자 한다. 이러한 생각의 극단에는 급진적 자유지상주의와 무정부주의가 있다. 우파사상의 핵심인 '개인'의 극대화를 추구하면 논리적으로 국가 해체론에 닿는 구조가 나온다. 국가와 사회 안에서의 삶을 거부하고 산중에서 은거하며 자급자족하는 니체식 허무주의자가 대표적 예다.

간단히 말해 파시스트는 극좌, 무정부주의자는 극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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