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베토벤

리스트: 베토벤 교향곡 9번 편곡 - 애슐리 와스, 리언 매컬리

GE NA 2013. 7. 2. 09:12

LEON MCCAWLEY, ASHLEY WASS (2007).

  리스트는 베토벤을 존경했고 그의 교향곡들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오케스트라 실연을 듣기 어려웠던 당시에는 베토벤의 교향곡들을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리스트는 베토벤의 교향곡들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하여 좀더 자주 연주되도록 하기로 결심했고 1843년 작업에 착수했다. 전곡 편곡은 근 30여년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9번의 편곡이 특히 까다로웠다. 합창 없는 세 악장들만 해도 다른 8개 교향곡들에 비해 대위법적 구조가 더 복잡해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잘 나오지 않았고, 특히 4악장의 성악과 합창 파트를 열 손가락 악보 안에 빈틈없이 압축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럭저럭 완성을 했지만 '베토벤 9번 교향곡의 피아노판'이라는 상징성이 더 강했으며, 독주 피아노 작품으로서는 앙상하고 부자연스러운 면이 적잖았다(특히 3악장). 리스트 스스로도 자신의 9번 편곡본을 늘 불만스럽게 여겼고 결국에는 두 대의 피아노 편곡본을 따로 쓰게 되었다.

  두 대의 피아노 편곡본은 그 자체 걸작 피아노 소나타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완성도와 규모를 갖추고 있다. 교향곡 9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2악장 스케르초의 숫자놀이적인 동기발전과 Presto의 트리오, 3악장 중반부부터 시작되는 제1주제의 변주, 4악장의 Alla marcia 부분을 비롯한 중요 악구들에서 원본 교향곡의 다양하고 풍성한 표정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복잡한 대위법적 구조도 쉽게 풀어서 묘사하고 있다. 특히 피아노 한 대 편곡본에서 다소 밋밋하고 간결했던 더블 푸가(Allegro energico, sempre ben marcato) 부분에서도 화려하게 얽히는 4개의 합창 성부와 어지럽게 일렁이는 현악파트가 자세히 재현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 대의 피아노 편곡본이 원곡의 구조를 어느 정도 요약해 피아노 악보에 가져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교향곡 9번의 생명인 환희와 위트를 담아내지는 못했던 반면, 두 대의 피아노 편곡본은 표정도 다양하고 전개도 여유로우며 정서적으로는 즐거움이 가득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셰르바코프와 함께 낙소스의 대표 피아니스트인 애슐리 와스와 영국의 젊은 유망주 리언 매컬리의 연주이다. 현대적인 템포설정에 베렌라이터 판본을 반영한 모습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