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베토벤: 교향곡 7번 - 브루노 바일, 타펠무지크

Onsol 2013. 6. 30. 10:28

Bruno Weil, Tafelmusik Orchestra, ANALEKTA 2008.

교향곡 5번의 경우 전 악장을 관통하는 스토리가 있고 1,3,4악장에 비슷한 동기가 반복해서 제시된다. 암흑에서 광명으로 나아가는 기승전결이 가지는 설득력과 특정한 동기의 반복이 주는 통일성이 곡 자체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밑그림을 신경쓰지 않고 세부묘사에만 천착해도 해석의 공백이 잘 생기지 않고, 소규모 악단으로도 의외로 들을만한 연주를 현출할 수 있다(이것은 3번에서도 비슷함). 반면에 7번은 악장들의 통일성이 거의 전적으로 리듬에만 의존하는 편인데, 4개의 악장들이 각자 성격이 완전히 다른 독특하고 중독성 있는 리듬을 발산한다는 것 자체가 7번이 제시하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악장들 전체를 궤뚫는 의도적인 흐름이 내재되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에 지휘자가 직접 밑그림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여기에서는 악기들에게 고른 비중을 주고 한꺼번에 울리게 해서 일체화된 소리를 내게 하여 리듬을 강조하는 것이 보다 유리하고, 각자의 소리가 너무 선명하게 드러나거나 특정 악기의 소리가 과하게 그르렁거리면 4개의 악장을 하나의 교향곡으로 모아놓은 의미가 퇴색된다. 이를테면 요스 판 임머젤(Zig-Zag)이나 헬무트 뮐러-브륄(NAXOS)의 연주는 3번과 5번에서는 성공적이었지만 7번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 반면 바일의 연주는 아주 만족스러운 편이다. 기존 시대악기 연주들에서 대체로 현악파트와 대립구도를 펼쳤던 내추럴 트럼펫이 여기에서는 현악 위에 부드럽게 덧칠되어 있고, 목관파트도 따로 돌출되지 않고 그 위에 다시 자연히 덧칠되는 편이다. 귀를 기울인다면 개별 악기들의 소리를 포착해낼 수 있기는 하나 분명 세부보다는 전체 위주이다.

4악장에서 도취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 굳이 특정한 리듬에 억지로 강세를 주면 귀가 피곤해지기 마련이다. 과거의 전통적인 연주들 중 현악의 오르락내리락거리는 16분음표를 비대하게 만드는 데 무던히도 애를 쓴 것들이 많은데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곡의 진행은 그저 음표들과 악상기호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되 악단의 음색을 매력있게 조탁하는 것이 더 좋은 접근으로 보인다. 이런 면에서 특정한 패시지에 의도적인 악센트를 부여하지 않고 타펠무지크 특유의 질박한 음색과 빠른 템포만으로도 축제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것은 높게 평가될 만한 것이다.

메트로놈 속도를 기준으로, 1악장의 템포는 평이하고 2악장의 템포는 약간 느리며 3, 4악장은 매우 빠른 편이다. 특히 4악장은 정확히 8분 00초로, 가속도를 붙이지 않는 연주들 중에서는 플레트뇨프(DG), 즈베덴(DSO), 브뤼헨(PHILIPS)의 연주와 함께 현존하는 연주들 중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빠른 템포 그 자체가 주는 취기를 현출하는 데 18세기 오케스트라는 약간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타펠무지크의 기량은 훌륭하다. 다만 연주의 수준과 참신함, DVD까지 포함된 구성에 비교하면 정말 허술하고 성의없는 북클릿이다. 다른 건 몰라도 특히 시대악기 연주라면 지휘자의 코멘트나 레코딩 노트 정도는 실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