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낭설/法律

수사상 압수·수색·검증과 '필요한 처분'

GENA 2023. 7. 3. 09:44

   1. '필요한 처분'의 개념
   압수ㆍ수색ㆍ검증의 목적을 원활히 달성하기 위해 시행되는 필요최소한도의 부수적 처분을 ‘필요한 처분’이라 한다(부산지방법원 2018. 4. 13. 선고 2017노4648 판결). 예컨대 피의자의 주거지에서 증거물 등을 탐색하는 것은 수색이고, 주거지에 들어가기 위해 절단기로 자물쇠를 따는 것은 ‘수색(영장의 집행)에 필요한 처분’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 사안에서 어떠한 강제처분이 ‘필요한 처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처분이 i) 오로지 주처분인 압수ㆍ수색ㆍ검증의 시행을 원활히 해주기 위한 것이어야 하고(부수처분성), ii)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들 중 기본권을 가장 덜 침해하는 것이어야 한다(최소침해성). 물론 최소침해성까지 갖추어 ‘필요한 처분’으로 인정되더라도, 법익균형성을 결여해 위법한 것이 있을 수 있다.

   2. 유형
   형사소송법은 압수ㆍ수색에 필요한 처분으로 자물쇠를 열거나 봉인을 해제하는 행위를(219, 120), 검증에 필요한 처분으로 신체의 검사, 사체의 해부, 분묘의 발굴, 물건의 파괴를(219, 140) 예시하고 있으나, 그 밖의 행위도 기타 필요한 처분으로서 허용될 수 있다.

   가. 신체의 검사 
   제140조는 신체의 검사검증에 필요한 처분의 한 유형으로 언급하고 있는 반면에 학계에서는 이를 검증 그 자체라고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혼란이 있다. 생각건대 '검사'라는 말에는 i) 현재 존재하는 사항에 대한 인식작용(examination)이라는 뜻과, ii) 어떠한 현상이나 물질을 검출, 측정, 생성하기 위해 물리적 혹은 화학적 방법을 사용하는 행위(test)라는 뜻이 있는바, 여기서 전자는 검증이고, 후자는 검증에 필요한 처분이 될 수 있는 행위라고 봄이 적절할 것이다. , 수사기관이나 법관이그 결과를 증거로 남길 목적으로-대상자의 신체를 오관으로 인식하는 행위는 '검증'인 반면, 일정한 신체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대상자의 신체에 무언가를 투여하는 것은 '검증에 필요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총을 맞은 피해자의 몸 속에 탄환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하기에 사법경찰관이 병원을 방문하여 의료인에게 부탁해 엑스레이촬영을 시행토록 한 후 그 화면을 관찰하는 경우, i) 경찰관이 화면을 유심히 관찰(examination)하면서 사진을 찍고 조서를 작성하는 행위는 검증이고, ii) 이를 위해 의료인의 손을 빌려 엑스레이검사(test)를 시행하는 것은 검증에 필요한 처분이라 할 수 있다.

   나. 물건의 파괴
   ‘물건의 파괴대상물을 비가역적으로 못 쓰게 만드는 행위정도로 정의될 수 있다. 파괴에는 손괴가 당연히 포함된다(손괴파괴).
   법원이 물건의 파괴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시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범죄구성요건으로서의 파괴의 의미에 관해 설시한 예를 보면, i) 공용건조물파괴죄에서의 파괴건조물 등의 실질을 해하여 그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을 전면적 또는 부분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고 한 판결이 있고(대전고등법원 2015. 4. 17. 선고 2014628 판결), ii) 선박파괴죄의 파괴의 의미에 관해 전복, 매몰, 추락과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될 만큼 교통기관으로서의 기능ㆍ용법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파손이라고 한 판결(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11921 판결)이 있다.

   다. 사체의 해부
   제140조의 사체의 해부란 사인(死因) 조사 등을 위해 사체의 일부나 전부를 갈라 조사하는 처분을 말한다. 이에 관해서는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다.

   라. 기타 필요한 처분
   그 외에 기타 필요한 처분으로 논의되는 예는 다음과 같다.

   1) 사진촬영
   수사기관이 기록을 남길 목적하에 피사체를 주시하며 관찰하는 것은 '검증'이고, 그에 수반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은 '검증에 필요한 처분'에 해당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2. 15. 선고 2016고합538, 558 판결).
  수사기관의 사진촬영이 그 자체 검증에 해당한다고 서술하는 교과서들이 있으나 부적절한 설명이다. 수사기관이 하는 촬영이란 결국 시각으로 인식한 바를 증거로 남기는 행위로서 사실 검증조서를 작성하는 행위와 그 본질이 비슷하다. 가령 사건해결에 단서가 될 만한 사물을 발견하였을 때 그 모습을 관찰해 하나하나 글로 상세히 기록해 문서로 남길 수도 있지만, 사진을 찍어서 이를 대체할 수도 있고, 글과 사진을 전부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검증조서의 작성이 검증 그 자체는 아니듯,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그 자체 오관의 작용에 의한 인식행위, 즉 검증이 된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수사기관이 직접 촬영하는 경우와는 달리, 무인카메라나 CCTV에 의한 촬영은 검증에 필요한 처분으로 볼 수 없다. 그 촬영은 기계가 알아서 작동한 결과일 뿐이고, 애초에 수사기관의 인식작용 즉 검증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검증에 부수하는 필요한 처분의 개념을 상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인카메라나 과속단속 촬영은 검증에 필요한 처분이 아니라 형사소송법에서 따로 규정하지 않은 임의수사(199조 본문)의 한 유형이라고 하겠다.

   2) 연하물의 강제배출
   가령 피의자가 자신이 절취한 다이아몬드를 수사기관의 눈앞에서 삼켜 버렸을 때 그 다이아몬드를 압수하고자 구토제나 하제를 투여하는 행위는 일응 압수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처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권을 더 적게 침해하는 다른 방법(자연적 배설을 기다리는 것)이 존재하는 이상 최소침해성이 결여되므로, ‘필요한 처분으로 인정될 수 없다.

   3) 정보통신망 침입
   전자정보의 압수ㆍ수색을 위해 사전에 적법하게 알아낸 아이디 및 비밀번호를 입력해 피압수자의 이메일에 접속하는 것은 필요한 처분에 해당한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2. 15. 선고 2016고합538, 558 판결).

   4) 강제채혈/강제채뇨
   혈중알콜농도 측정을 위해 주사기로 피의자의 혈액을 채취하거나 마약 검출을 위해 도뇨관(catheter)으로 피의자의 소변을 뽑아내는 행위는 수사상 감정 목적의 강제처분으로서(혈액이나 소변 그 자체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원칙상 감정수탁자에 의한 감정처분으로 행해져야 한다. 다만,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주체가 되어 이를 시행할 수도 있고 이 경우 혈액ㆍ소변의 취득은 수사상 압수의 성격을 띠며, 이를 위해 주사기나 도뇨관(catheter)을 활용하는 행위는 압수에 필요한 처분으로서 적법하다고 한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15258 판결;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6219 판결).
   그런데 강제채뇨(강제력을 사용해 피의자의 요도에 도뇨관을 삽입하여 소변을 배출시키는 행위)의 경우, 성질상 감정처분 또는 압수에 필요한 처분에 해당하는 것과는 별개로, 언제나 상당성(법익균형성)을 결여해 수사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본다. 마약범죄에서 강제채뇨가 허용되지 않을 경우 피의자가 소변제출을 끝까지 거부하는 때에 이를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나, 이는 가령 음주측정불응죄의 입법례를 참고해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