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 5번의 경우 전 악장을 관통하는 스토리가 있고 1,3,4악장에 비슷한 동기가 반복해서 제시된다. 암흑에서 광명으로 나아가는 기승전결이 가지는 설득력과 특정한 동기의 반복이 주는 통일성이 곡 자체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밑그림을 신경쓰지 않고 세부묘사에만 천착해도 해석의 공백이 잘 생기지 않고, 소규모 악단으로도 의외로 들을만한 연주를 현출할 수 있다(이것은 3번에서도 비슷함). 반면에 7번은 악장들의 통일성이 거의 전적으로 리듬에만 의존하는 편인데, 4개의 악장들이 각자 성격이 완전히 다른 독특하고 중독성 있는 리듬을 발산한다는 것 자체가 7번이 제시하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악장들 전체를 궤뚫는 의도적인 흐름이 내재되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에 지휘자가 직접 밑그림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