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불레즈

베토벤: 교향곡 5번 - 피에르 불레즈, 뉴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Onsol 2013. 6. 28. 09:54

Pierre Boulez, New Philharmonia Orchestra, CBS 1968

3악장 도돌이표를 준수하는 최초의 녹음이다. 수십년 전 이 곡의 3악장 스케르초 부분의 도돌이표가 있었을 것이라는 논문이 발표되었는데 불레즈는 그 견해에 확신을 가지고 이 녹음에 반영을 한 것이다. 1980년대 들어 본래 있었던 도돌이표가 누락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불레즈의 시도가 옳았음이 증명되었고 이후 로이 굿맨과 하노버 밴드의 1983년 녹음을 시작으로 노링턴과 호그우드 등의 시대악기 연주자들이 3악장의 반복구를 이행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3악장 도돌이표를 지키는 경우가 많아졌다. 재미있는 것은 블롬슈테트와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1977년 연주가 반복구를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인데 이 당시는 도돌이표 누락사실이 확정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때였다. 마찬가지로 텐슈테트와 킬 필의 1980년 녹음에서도 도돌이표가 준수된다.

  한편 영국의 음악학자이자 작곡가였던 토비(D. F. Tovey)는 3악장에 도돌이표가 생겨 연주시간이 길어진다면 곡이 지루해지고 4악장 중간에서 3악장의 주제가 유령처럼 회상되는 부분의 극적 효과가 반감된다는 근거를 들어 베토벤이 도돌이표를 일부러 삭제하여 출판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는데 이 견해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고, 실제로 시대악기 지휘자들 중에서 바일, 크리빈, 임머젤, 브뤼헨은 토비의 의견을 따라 3악장의 반복구를 생략해 녹음했다. 아르농쿠르와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의 녹음의 경우 1990년 전집에서는 반복이 지켜지나 2007년 실황에서는 도돌이표가 생략된다.

  1악장에도 주목할 점이 있는데 후반의 재현부를 호른이 아닌 파곳이 담당한다는 사실이다. 본래 베토벤은 이 부분을 파곳으로 처리하려 했으나 당대의 파곳 음역으로는 연주가 불가능해 할 수 없이 호른이 대신하게 되었는데, 호른으로는 본래 의도한 파곳 특유의 김 빠지는 느낌과 위트를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현대에 개량된 파곳으로는 해당 음을 낼 수 있게 되었고 불레즈도 이 부분을 파곳으로 처리하고 있다. 지금은 흔한 일이지만 당시로서는 꽤나 충격적인 시도였다. 

  이런 이유들로 베토벤 교향곡 녹음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녹음 중 하나가 되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연주의 수준 자체도 괄목할 만하다. 끓어오르지만 폭발하지는 않고, 악기들이 서로 팽팽하게 대비하며 긴장을 조성한다. CBS 시절의 불레즈 사운드 그대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