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낭설/法律

기초자치단체 변호사 단상 [3] - 행정소송 수행, 송무지원

Onsol 2021. 9. 30. 11:08

시장/군수/구청장이 피고가 되는 행정쟁송 중 규모가 큰 것은 어지간하면 바깥으로 나가지만, 간단한 행정단독사건이나 정형적인 사건은 대체로 주무부서의 담당자가 자체 수행한다.

재산세의 경우 그동안 세금 잘 내오다가 어떻게 한번 물건을 비과세대상으로 만들어 보려거나 최소한 중과세율 적용 배제라도 해보려는 사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간혹 성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행정청 승소가 예상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은 대개 해당 부서의 담당자가 소송수행자가 되어 대응을 한다. 기존에는 안 되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기획식으로 이런 소송들을 냈었고 실제로도 안 되는 수가 많았으나, 근래에는 코로나19를 핑계로 하는 갖가지 행정명령들로 영업제약을 많이 당한(그러니까 정부의 방역 놀음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유흥주점, 고급오락장 등 사업주들이 진지하게 소송에 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중과세 제외를 두지 않은 입법부작위를 대상으로 삼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병행되면서 분쟁의 볼륨이 커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외부에는 잘 맡기지 않는 것이다.

변상금이나 점용료, 이행강제금 사건도 여기에 해당할 때가 많다. 워낙 많이 하는 처분인 만큼 과오부과되는 케이스도 그만큼 빈번하고, 청마다 데이터가 상당히 쌓여 있어 소송 승패가 어느정도 예측이 되는 편이므로 어지간해서는 담당자가 직접 수행하는 편이다. 일에 의욕이 없거나 부서전입한지 얼마 안 된 사람이면 모르겠으나, 좀 의욕이 있고 그 부서에서 상당한 시간 동안 일한 담당자라면 사건 장악력도 강한 편이며 승패를 예감하고 임하는 경우도 많다. 각종 영업정지나 자격정지, 그 외에 처분사유 부존재가 분명히 보이면 원고가 이기고 재량 일탈/남용 주장만이 주를 이루면(대체로 반대편 민원인이나 처분청 담당자를 도의적으로 규탄하면서 시간을 최대한 끈다) 피고가 이기는 종류의 행정단독사건들도 다 마찬가지이다. 웬만하면 부서에서 직접 수행하고, 담당자가 사건을 외부에 맡기고 싶어해도 기획부서에서는 예산이 없다고 거절하기 마련이다.

시/군/자치구 사내변이 되면 이런 사건들의 서면을 검토해주거나 향후 절차진행 방향을 일러줄 일이 많은데, 여기에서 좀 의욕을 내면 직접 소송수행자(공동수행자)가 되어 적극적으로 송무를 할 수도 있다. 사기업의 사내변호사와 비교하면 직접 수행가능한 사건의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다. 기업이 당사자인 민사분쟁에서 직원이 소송대리인으로 될 수 있는 것은 민사소액/단독사건뿐인 반면 행정청이 당사자인 행정사건에서 소송수행자는 심급관할이나 사물관할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지 않기 때문이다. 1인 변호사 체제이거나 전임자가 구축한 시스템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체제라면 본인 하기에 따라서 자문만 하는 솔리시터가 될 수도 있고, 소송사건을 많이 하는 바리스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공동수행하는 경우 담당자인 주수행자로서는 좋아할 것이고 변호사 본인으로서도 기관 내 평판관리에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아무리 잘 아는 사건이라도 직원에게 소송의 존재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므로, 공동수행의 형태로 조력을 제공한다면 어지간히 사회생활 못 하는 변호사가 아닌 이상 담당자와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법률사무소에 비유하면 처분담당자인 주수행자가 의뢰인이고, 공동수행자인 변호사가 소송대리인인 것과 비슷한 관계가 되는데, 돈을 받지 않으니 일반 로펌보다는 법구공의 그것과 유사하게 된다.

그런데 이 경우 말을 잘 해야 한다. 똑같이 공동수행 해주겠다고 말하더라도, 이게 당연한 제 일인걸요 하면서 사람 좋게 웃는 것과, 기획부서에서는 직접수행 하지 않는게 방침이기는 하지만 이거는 좀 예외적으로 제가 도와드려야 할것 같으니 좀 같이 해보십시다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다르다. 전자처럼 했다가는 소문이 퍼져서 여기저기서 감당 못할 양의 소송이 들어오기 십상이고 거절할 명분이 마땅치 않게 된다. 그것 자체를 즐기는 성향의 변호사도 있겠으나, 그러다 필경 어느 순간 번아웃이 와서 장렬히 산화할 것이 안봐도 유튜브다.

​그리고 그 소송과 해당 부서 담당자에 대한 호구조사를 간단히라도 해보아야 한다. 소송이 이제 갓 시작된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진행이 된 것인지, 만약 전자라면 주수행자가 처분을 직접 한 담당자인지 아닌지, 맞다면 그 부서에 지금껏 얼마나 있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주수행자가 사건장악력이 좋아야 공동수행자인 변호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을 통해 주수행자의 사건장악능력(현재의 사건장악력과 잠재적 사건장악력 모두 포함)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주수행자가 곧 처분담당자이고, 한동안 그 부서에서 계속 근무할 것으로 여겨지며, 책임감도 있는 경우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수행자가 사실관계를 정리해주고 기초적인 반박논리를 주면 공동수행자인 변호사는 그것을 베이스로 해서 서면을 쓰는 식으로 수월하게 소송에 임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깊게 파고드는 반박서면이나 석명준비명령이 오더라도 의뢰인이자 담당자인 주수행자와 면담을 하여 반론을 준비하면 되므로 큰 부담이 없다. 대개 변론기일 출석도 같이 하게 될 것이다.

최악인 것은 공동수행하기로 결정하여 소송수행자 지정을 했는데 그 직후에 담당자가 인사이동으로 다른 곳으로 가거나 아예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전출을 가고, 새로 온 담당자는 도대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물론 무책임하게도 사건을 변호사에게만 떠넘기고 싶어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변호사가 짊어질 부담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위험이 있는데, 나는 조력자일 뿐 주수행자는 어디까지나 담당자인 당신이고, 기본적으로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은연중에라도 강조해 주며 처신해야 한다. 혼자 떠안는 것은 제 살 깎아먹기이다.

​드물게 퍼포먼스와 언론보도에 목마른 단체장의 지시로 기관소송(의회가 미운 경우에는 의결무효소송을 하고 싶겠으나 결과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빡세게 한다든가 하는 식의 보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기 발등 찍기가 될 확률이 높고, 감독처분에 대한 이의소송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모두 어지간한 또라이가 아니고서야 볼 수 없는 광경이며 설령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상위권 찍지 않는 이상 엄두를 못 냄)이나 헌법소송이 일어날 수가 있다. 가급적 손을 대지 말아야 하는 물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