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낭설/法律

기초자치단체 변호사 단상 [1] - 채용과 직급

GENA 2021. 9. 24. 21:20

기초자치단체(시/군/자치구)에서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대개 ① 기존에 해보지 않은 사업을 하려고 방침이나 조례를 준비할 때, ② 제재처분을 하려고 하는데 위법/부당 여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 ③ 누군가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지 아니면 거절/무응답해도 되는지 모르겠을 때, ④ 1심 패소사건에서 항소실익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해야 할 때, ⑤ 소송수행 중 서면이나 석명준비명령을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을 때 등이다. 전통적인 해결방법은 고문변호사나 외부 로펌에 서면으로 의뢰를 하여 회신을 받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질의서를 작성해서 결재를 받고 발송해야 한다는 번잡스러움과, 그 의뢰를 받은 변호사가 일이 바쁜 관계로 빠른 응답을 하지 못할 경우 시간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타임 리스크가 존재한다. 또 적확한 답변을 받으려면 무엇보다도 질의 자체가 적확해야 하나, 사실 적절하게 송곳 같은 질문을 하는 것도 법률적인 식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두루뭉술하게 물어보면 당연히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답만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한편 제재처분을 하면 많은 경우에 행정쟁송이 걸리는데, 재개발/재건축 관련 처분이나 고액의 금전납부를 명하는 처분이라면 외부에 의뢰를 하겠지만 자질구레한 생계형 행정단독사건까지 바깥에 맡기는 것은 가성비가 떨어지고 예산문제가 제기되므로 많은 경우 담당자가 직접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소송이라는 것이 담당자 입장에서는 매우 생소한 영역이라 아무리 간단한 행정단독사건이나 민사소액사건이어도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부담은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경제가 피폐해져 쟁송이 늘어함에 따라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들 때문에 기관으로서는 인하우스 변호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고, 이것이 변호사 임기제공무원 채용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은 그냥 표면적인 이유고 실질적인 이유는 그냥 변호사 숫자가 폭증해서 인건비 싸져서 뽑는 것임ㅋ).


기초자치단체 관공서(시청/군청/구청) 대부분은 1명의 상근변호사를 두고 있으나 많게는 5명 정도의 변호사가 근무하는 기초단체도 있다. 소속부서는 법무담당관이 있는 청에서는 법무담당관, 법무담당관이 없는 청에서는 기획과/총무과인 경우가 대다수지만, 특정 사업부서에 소속시키거나 감사담당관 하에 두기도 한다. 여러 명 채용하는 경우 1명은 의회사무국(과) 소속으로 뽑아서 입법지원팀에 두고 조례를 검토하는 일을 맡기기도 한다(이 경우에는 본청 근무인원과 달리 소송수행을 할 일이 거의 없다). 본청의 경우 변호사가 2명 이상 있다면 통상 업무를 분담하게 되는데, 송무파트와 자문파트로 나누는 경우도 있고, 송무/자문을 모두 하되 국별로 분야를 나누어서 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 전자는 자문파트에 일이 쏠리게 되어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하므로 후자를 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송사건이 굉장히 많은 기초단체의 경우 오히려 자문 1명, 송무 2명으로 분담하는 수도 있다. 그리고 규모가 큰 자치시 중 분구가 되어 있는 곳이라면 변호사 중 일부는 본청의 일을, 일부는 구청의 일을 각각 담당하게 하기도 한다.

기초단체에서 변호사의 채용은 보통 시간선택제 나급, 일반임기제 6급, 시간선택제 가급, 일반임기제 5급 중 어느 하나로 이루어지게 된다(광역단체의 경우 이 모든 직급들을 다 운영하는 수가 많고 특히 서울시청이나 경기도청은 부서별, 분야별로 변호사를 채용하여 기관 내 변호사 숫자가 수십 명에 달함).

기초자치단체에서 변호사를 채용한다고 하면 90% 정도는 일반임기제 6급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단체의 6급은 사기업 기준 과장 말년~차장 정도의 직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시 무보직 6급과 보직(팀장) 6급으로 나누어지고, 변호사 채용은 대부분 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팀장 TO는 정해져 있고 그 중 하나를 외부인에게 주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관이 법무행정의 중요성을 크게 의식하고 있다면 아예 법무팀장, 법률지원팀장, 송무팀장 등 보직을 붙여 채용하기도 한다. 단순 법률자문이나 행정단독사건의 소송지원이 목적이라면 1~2명의 팀원만 배정하는 것이 통상이지만, 자치법규나 청문을 비롯하여 법무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팀이라면 3명 이상의 팀원을 주기도 한다.

조직 내 지위 면에서 보직 6급이 무보직 6급보다 나은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어차피 외부인인 변호사 입장에서는 똑같이 6급을 할 거라면 팀장보다 무보직을 선호할 수도 있는데, 보직을 맡으면 이래저래 법무 외에 다른 해야 할 행정업무들이 생기기 때문에 본연의 일인 송무/자문에 마냥 전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무보직 6급은 편제상 보직 6급(팀장)의 부하직원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상사 리스크가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 변호사를 존중해 주면서 과도한 일감이 가지 못하도록 차단해 주는 팀장님들(소위 나이를 잡수신 분들)이 있는가 하면, 드러내 놓고 하대하면서 후려치기를 하거나 잡무를 시키는 팀장놈들(이른바 나이를 처먹은 자들)도 상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사이동이 정기적으로 있기 때문에, 전자 같은 팀장이 가고 후자 같은 사람이 오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생기는 일이 종종 있다. 운 좋게 좋은 팀장만을 만난 사람이라면 나중에 의원면직이나 계약기간 만료로 나올 때에도 기관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고 나가겠지만, 팀장님이 아닌 팀장놈 위주로 만난 사람이라면 지자체 자체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품고 떠나게 될 것이다(물론 팀장은 정상인인데 변호사 본인이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인격적 결함을 가진 까닭으로 피차 갈등을 빚는 경우 역시 없지 않다). 이런 리스크가 없다는 점에서는 보직 6급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보직 6급의 경우에도 상사 즉 과장(5급)이 해괴한 사람일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기는 하나, 일단 과장은 팀장과 부대끼면서 일하지 않을 뿐더러 설령 그렇게 일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조직구조상 과장이 팀장을 함부로 대하는 일은 잘 없기 때문에 무보직 6급이 갖는 상사 리스크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편 변호사를 무보직 시간선택제 가급으로 채용하기도 한다. 변호사를 시간선택제 가급으로 채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우를 해준다는 의미이다. 기초지자체에서 시간선택제 가급은 사기업으로 따지면 부장 바로 아래 즉 부서 내 2인자에 해당하는 위치이므로 조직 내 위상이 높은 편이다. 그리고 보직이 없으니 귀찮은 행정업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업무의 독립성이 보장되어 변호사 정체성을 강하게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채용된 변호사로서는 장기근속할 유인이 생기게 된다. 오래 근무한다는 것은 전략과제나 재건축/재개발 등 장기현안들에 관한 법무 이해도가 높아지고, 직접 수행하는 쟁송사건을 이를테면 전치절차인 행정심판에서부터 상고심판결 선고시까지 책임지고 끌고 갈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관으로서도 이득인 면이 있다. 한편 시간선택제 가급은 사무관급이므로 이직시에 괜찮은 커리어가 될 수 있는데, 그만큼 이름 있는 지자체, 대규모 기초지자체에서 시간선택제 가급 공고를 낼 경우 초년차가 아니라 어느 정도 경력 있는 변호사들이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게 되고, 기관도 이를 의식해서 (어지간한 시골이 아닌 이상) 시간선택제 가급 채용시 민간경력 5년 이상이나 공무원경력 3년 이상을 요구하는 등으로 지원요건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편제상 시간선택제 가급을 특정 팀(주로 법무팀)에 소속시키기도 하는데 이 경우 팀장은 6급이고 변호사는 5급상당인 기괴한 모습이 된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렇게 하고 있다. 이 때 변호사가 형식적 직급은 팀장보다 높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팀장이 존중을 하게 되기는 하지만(간혹 근본 없는 조직에서는 그렇지 않은 수도 있다), 체계적으로 이상한 그림이 되기 때문에 가급적 이런 조직구조는 취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편 시간선택제 가급에게 보직을 부여하여 보조인력을 주는 곳도 있는데 흔하지는 않다.

드물게 보직 5급(법무과장, 감사과장)이나 4급상당(개방형 4호, 일반임기제 4급, 전문임기제 가급)으로 뽑기도 하는데 이것은 통상적인 내부 법무업무를 오래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특별한 기여가 있어야 한다. 극히 드문 케이스이나 사례가 몇 존재한다.


이직이 잦은 직역특성상 임용된 지 얼마 안 되어 나가는 경우도 많지만, 몇 년 근속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조직생활을 무리없이 잘 하였다면 추후에 같은 기관에서 더 높은 직급으로 채용해 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시간선택제 나급이나 일반임기제 6급으로 오래 근무한 변호사가 재계약기간까지 거의 만료되었을 즈음 시간선택제 가급 공고를 내는 식인데, 이 때에 해당 변호사가 그 공고에 지원하면 어지간하면 합격이 된다. 오랜 시간 그 기관에서 일하였으므로 자기소개서나 직무수행계획서가 다른 지원자들의 그것에 비해 구체적으로 써질 수밖에 없고, 현안을 잘 알고 있을 것이므로 면접에 대한 답변도 경쟁자들에 비해 잘 할 개연성이 큰 까닭이다. 그리고 그 기관에 대한 충성도 역시 검증이 된 것이다. 물론 면접관들은 대부분 외부위원들로서 해당 변호사와는 일면식이 없고, 월등히 좋은 경력을 가진 사람이 지원하면 기존의 변호사가 탈락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며 실제 그러한 사례도 존재하므로 일률적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것도 6급에서 가급이 되는 경우의 이야기고, 더 나아가서 시간선택제 가급이었던 사람이 일반임기제 5급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시간선택제는 정원외이기 때문에 기관 재량으로 자리를 만들 수 있지만, 일반임기제 5급 자리는 이렇게 내어 주기가 어렵다. 일반임기제는 시간선택제와 달리 일반직공무원의 정원을 차지하는데, 5급은 지자체에서 과장급(사기업 기준 부장급)에 해당하기 때문에 변호사를 위해 일반임기제 5급 자리를 만드려면 과 하나를 날려야 하므로, 마음먹고 조직개편을 하거나 단체장 또는 지방의회의 특별한 주문이 없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아니면 아예 과장을 변호사로 채용해 버리기도 하는데, 법무담당관이나 감사담당관 자리에서 그런 채용공고가 나곤 한다. 이 경우 그 변호사는 단순 법률자문이나 송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 내 부서장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고, 기관으로서도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외부인을 그런 식으로 채용하려고 들지 않는 편이다.

통상 기조자치단체에 처음 간다고 하면 일반임기제 6급일 것이다. 사기업의 경우 변호사의 직급은 회사 규모에 따라 대리~차장 사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분포하는 반면에 기초지자체 내 6급은 확실히 과장 말년차에서 차장 정도의 위상을 갖는다. 그러나 6급에 너무 오래 있는 것은 좋지 않다. 무보직 6급에서 보직 6급으로 되는 것도 기관 입장에서는 승진시켜 주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으나 어쨌든 6급은 6급이고 5급은 5급이다. 지자체 커리어를 쌓을 요량이라면 최대한 빨리 가급 이상으로 점프해야 한다. 자신이 들어간 기관을 만연히 믿지 말고, 잘 다니고 있더라도 다른 기관의 시간선택제 가급에 합격하였다면 가급적 이직하는 편이 좋다.◈